기자 선행매매 수사.
2025년 7월, 서울남부지방검찰청과 금융감독원 자본시장특별사법경찰은 전·현직 기자 약 20명이 상장기업의 호재성 정보를 사전에 입수한 뒤 주식을 매입하고, 기사를 보도한 직후 주가가 상승하자 이를 매도해 시세차익을 얻은 혐의를 포착했습니다. 이들은 수억원에서 최대 5억원 이상의 차익을 실현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일부는 배우자 명의 계좌를 활용해 본인 거래 사실을 은폐하려 했으며, 복수의 기자들이 특정 종목에 대해 동시에 기사를 내는 방식으로 공모 정황도 드러났습니다.
수사당국은 이들이 작성한 단독 보도가 주로 장 마감 직전이나 장 중에 이뤄졌고, 보도 직후 주가가 급등하는 패턴이 반복된 점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일부 종목은 보도 이후 주가가 수배로 오르기도 했습니다. 금융당국은 기자들이 작성한 기사와 거래 내역을 대조하며 100여 개의 특징주를 추출하고 정밀 분석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조사 경위와 발단.
사건의 발단은 2025년 7월 초 KBS의 단독 보도를 통해 처음 알려졌습니다. 금융권 내부에서 기자들의 이상 거래 정황이 포착되었고, 금융감독원과 거래소가 공동조사에 착수했습니다. 이후 서울남부지검 자본시장금융범죄전담부가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하면서 사건이 외부에 공개됐습니다.
금융위원회, 금감원, 한국거래소는 이 사건을 포함해 주가조작 전반을 다루기 위한 공동 대응을 추진했습니다. 7월 30일에는 한국거래소에서 ‘주가조작 근절 합동대응단’이 공식 출범했고, 기자 선행매매 수사도 이 대응단의 주요 과제로 분류됐습니다.
그러나 이 사건은 국내 언론계 전반에서 다루는 데 소극적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보도 초기 기준으로 이 사안을 언급한 국내 언론사는 전체 33곳 중 단 2곳에 불과했습니다. 이후에도 해당 언론사 내부 자정 기조나 후속 보도는 거의 이어지지 않았습니다.
권대영 부위원장의 발언.
2025년 7월 30일,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주가조작 근절 합동대응단’ 출범식에서 권대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겸 증권선물위원회 위원장은 전문가 집단의 시장 개입 가능성을 언급했습니다. 그는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이 큰 전문가 집단의 정보 이용 행위에 대해서도 시장 질서 관점에서 점검이 필요합니다”라고 발언했습니다.
권 부위원장의 이 발언은 특정인을 지목하지는 않았지만, 같은 시기 수사가 진행 중이던 기자 선행매매 의혹을 겨냥한 것으로 받아들여졌습니다. 출범식에서는 주가조작, 내부자 거래, 허위정보 유포 등 자본시장 교란 행위 전반에 대해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는 방침도 발표됐습니다.
특정 종목 공개 여부.
수사 과정에서 기자들이 취급한 구체적인 종목명이나 거래일시는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금융감독원은 수백여 종목 중 보도 직후 주가 급등 현상이 나타난 100여 종목을 대상으로 역추적 방식으로 조사하고 있습니다. 수사기관 관계자는 특정 종목 공개 요청에 대해 “수사 진행 중인 사안이라 밝히기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보도에 따르면 해당 종목들은 주로 코스닥 상장사였으며, 실적 발표, 대규모 수주, 인수합병 등 호재성 정보가 주가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구조였습니다. 일부 종목은 보도 이후 일주일 내 5배 이상 상승한 기록도 있습니다. 특히 이들 종목은 시가총액이 비교적 작아 기자 개인의 보도 하나만으로도 큰 변동이 나타날 수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해외 언론사 윤리 기준 사례.
로이터(Reuters)는 직원이 취재 과정에서 알게 된 정보를 주식 거래에 활용하거나 타인과 공유하는 행위를 명시적으로 금지하고 있습니다. 위반 시 즉시 해고되며, 법적 처벌 가능성도 열려 있습니다. 로이터는 기자 본인과 가족의 이해충돌 방지를 위한 내부 윤리 규정도 따로 두고 있습니다.
뉴욕타임스, 파이낸셜타임스, CNBC 등 주요 미국 언론사들도 취재 대상 기업의 주식을 보도 전후 일정 기간 거래하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특히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보도 후 28일 이내에는 해당 주식 거래 금지’와 같은 강도 높은 규정을 운영합니다. 이는 자사 브랜드 신뢰성 보호를 위한 필수 조건으로 여겨집니다.
국제언론인연맹(IFJ)은 ‘글로벌 언론윤리헌장’에서 언론인은 이익충돌을 피하고, 보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이해관계를 독립적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유럽연합(EU)은 자본시장 규제를 다루는 MAR(Market Abuse Regulation) 제도를 통해 언론인의 미공개정보 이용을 명확히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위반 시 형사처벌이 가능합니다.
호주의 언론인 협회와 금융언론 매체들도 기자 개인의 투자 행위를 엄격히 제한하며, 거래 내역을 사전에 회사에 보고하거나 공개토록 하고 있습니다. 일부 언론사는 기자 개인 또는 가족이 금융 관련 종목에 대해 어떤 형태로든 거래 자체를 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해외 언론인 처벌 사례.
대표적인 사례는 R. Foster Winans입니다. 그는 1980년대 월스트리트저널의 ‘Heard on the Street’ 칼럼을 쓰던 기자였으며, 기사 발행 전에 내용을 브로커에게 미리 알려 거래 수익을 얻도록 도왔습니다. 이 사건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적발돼 18개월 징역형이 선고됐고, 기자의 내부자 거래가 실형으로 이어진 대표 사례로 기록됐습니다.
영국의 Anil Bhoyrul도 처벌 사례입니다. 그는 1999년 데일리 미러(Daily Mirror)의 ‘City Slickers’ 코너에서 주식 추천을 하며, 기사 작성 직전에 본인이 추천 종목을 매입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2005년 금융서비스법 위반으로 유죄 판결을 받고 사회봉사 180시간을 선고받았습니다.
미국 실리콘밸리의 San Jose Mercury News 기자 Chris Nolan은 기술주에 대한 긍정적 기사를 쓰면서, 해당 기업의 지분을 취득한 사실이 알려져 정직 처분을 받았습니다. 이 사건은 윤리강령에는 명확한 위반이 있었지만 형사처벌까지 이르지는 않았습니다.
2021년에는 블룸버그 기자의 취재원이었던 인물이 해당 기자의 정보를 활용해 거래한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뉴욕 연방대배심이 기소한 이 사건은 언론 취재 정보 자체가 내부자 정보로 간주된 첫 사례 중 하나입니다.
한국 언론 윤리 기준과의 차이.
한국기자협회 윤리강령에도 “언론인은 취재 과정에서 얻은 정보를 사적인 이익을 위해 사용하지 않는다”는 조항이 존재합니다. 그러나 해당 규정은 선언적 수준에 머물고, 이행 강제력이나 실효적 감시 구조가 없습니다.
KBS, 연합뉴스, 조선일보 등 주요 언론사 역시 내부 윤리강령을 갖추고 있으나, 취재 대상 주식 보유 여부를 신고하거나, 일정 기간 매매를 제한하는 조항은 대부분 존재하지 않습니다. 일부 언론사는 기자 개인의 주식 보유나 거래 내역을 아예 통제하지 않아 이번 사태와 같은 이해충돌 구조를 방지하기 어려운 상태입니다.
반면 미국, 영국, 호주 등의 언론사는 보도 전 주식 매입 금지, 미공개 금융 정보 활용 금지, 이해충돌 회피 의무 등을 제도화해 위반 시 해고 및 형사처벌까지 연결되는 구조를 갖추고 있습니다.
제도 개선 논의.
2025년 7월 말, 금융위원회는 전문가 집단의 정보 이용 규율 체계를 강화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금융당국은 기자 선행매매 사건을 계기로 언론계에 적용 가능한 제도 개선 방향을 검토 중이며, 구체적으로는 다음과 같은 방안이 언급되고 있습니다.
- 언론인 금융투자상품 보유·거래 내역 사전 신고제 도입
- 보도 전후 일정 기간 주식 거래 제한
- 미공개정보 취득자에 대한 외부 검증 절차
- 언론사 내부 감사 강화 및 외부 공시 의무 확대
해당 제도는 법제화보다 업계 자율규제와 공적 규범 설정을 통해 접근할 가능성이 높으며, 언론계 내부에서 자정 노력이 이어질지가 관건입니다.
이번 기자 선행매매 사건은 한국 언론의 취재윤리와 자본시장 질서를 동시에 흔드는 중대한 이슈입니다. 해외 주요 언론사들이 이미 수십 년 전부터 철저한 제도화와 처벌 사례를 축적해온 반면, 한국 언론계는 아직 내부 통제 장치가 취약한 상태입니다. 수사가 진행 중인 지금, 보다 명확한 기준과 감시체계 마련이 필요하며, 이를 통해 언론에 대한 신뢰와 자본시장 공정성 모두를 회복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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