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챗봇 전략 전환: AKI 팀의 등장과 내부 변화

애플은 기존에 챗봇 개발을 부정해 왔으나, 최근 내부에 ‘Answers, Knowledge and Information(AKI)’ 팀을 신설하고 ChatGPT와 유사한 ‘Answer Engine’을 개발 중입니다. 이 프로젝트는 Siri, Spotlight, Safari 등과의 통합을 목표로 하며, 웹 기반 정보에 자연어로 응답하는 시스템 구축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로비 워커가 이끄는 AKI 팀은 존 지안안드레아에게 직접 보고하며, AI 생태계 경쟁 심화, Siri의 한계, Google 검색 의존 문제, 내부 인력 이탈 등의 상황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적 전환의 일환입니다. 애플은 현재 관련 인재를 적극 채용 중이며, 이 프로젝트는 자사 AI 전략의 중심으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애플 ‘챗봇 안 한다’던 태도 변화 — AKI 팀 출범.

애플은 2024년 말까지도 자사 인공지능 전략에서 챗봇 개발을 부정해 왔습니다. 2024년 WWDC(세계개발자회의)에서 발표된 ‘Apple Intelligence’에도 자체 챗봇은 포함되지 않았으며, CEO 팀 쿡과 소프트웨어 수석 크레이그 페더리기 역시 “애플은 챗봇처럼 단순한 대화를 제공하는 방식이 아닌, 실용적 기능 중심의 AI를 지향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2025년 8월, 애플 내부에서 ‘Answers, Knowledge and Information’, 약칭 ‘AKI’ 팀이 새롭게 구성된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AKI 팀은 ChatGPT처럼 사용자 질문에 자연어로 답변하는 ‘Answer Engine’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한 시리 개선이 아닌, 웹 기반 정보에 접근해 검색보다 정확하고 개인화된 답변을 제공하는 대화형 AI 플랫폼을 구축하는 방향입니다. AKI 팀의 프로젝트는 Siri, Spotlight, Safari 등 기존 애플 시스템과 통합될 예정이며, 독립 애플리케이션 형태로 제공하는 방안도 내부에서 검토되고 있습니다.

이전까지 애플은 “우리는 챗봇을 만들지 않는다”는 공식 입장을 견지해 왔지만, 내부 기술 역량과 생태계 전략 변화에 따라 입장을 수정하고 있습니다. AKI 프로젝트의 존재는 더 이상 챗봇을 외면할 수 없는 상황에서 애플이 어떻게 기술 방향을 조정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단서입니다.

리더십과 조직 구조.

AKI 팀은 Siri 개발을 총괄했던 고위 임원 로비 워커(Robby Walker)가 이끌고 있습니다. 워커는 이전에도 Siri와 관련된 프로젝트에서 핵심 역할을 수행했으며, Apple Intelligence 발표 이후 Siri의 개선이 지연되면서 다시 프로젝트 중심으로 복귀한 인물입니다. 그는 Siri 프로젝트가 반복적으로 일정에 맞춰 기능을 개선하지 못한 점을 “추잡하고 부끄럽다”고 내부 회의에서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AKI 팀은 애플의 인공지능 전략을 총괄하는 존 지안안드레아(John Giannandrea)에게 직접 보고합니다. 지안안드레아는 2018년 구글에서 애플로 영입된 인물로, 현재 애플 내에서 AI 관련 모든 기능과 방향을 조정하고 있습니다. 이 조직 구조는 AKI 프로젝트가 단순한 실험이 아닌, 차세대 핵심 전략으로 간주되고 있다는 점을 뒷받침합니다.

AKI 팀은 현재 검색 알고리즘, 자연어 처리(NLP), 클라우드 기반 응답 엔진 구축 등 여러 분야의 전문가를 채용 중이며, 이와 관련된 채용 공고도 애플 공식 웹사이트에 게시되어 있습니다.

추진 배경과 전략 의도.

애플이 AKI 팀을 통해 대화형 AI 기능을 강화하려는 배경에는 여러 가지 전략적 목적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첫 번째는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생성형 AI 생태계에 대한 대응입니다. OpenAI의 ChatGPT, 구글의 Gemini, Perplexity 등 질문-응답 기반 검색 툴이 사용자 경험을 대체하기 시작하면서, 기존의 키워드 기반 검색 시스템은 점차 경쟁력을 잃고 있습니다. 애플 역시 이 변화에 직접 대응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두 번째는 자사 제품의 기능 완결성과 통합성 확보입니다. 애플은 iOS, macOS, watchOS 등 다양한 플랫폼을 운영 중이며, 여기서 AI 기능이 자연스럽게 작동해야 제품 생태계 전반에서 일관된 사용자 경험을 제공합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Siri는 외부 검색 엔진이나 ChatGPT 같은 서드파티 앱에 의존하는 경향이 컸습니다. 이에 따라 자체적으로 웹 정보를 처리하고 응답할 수 있는 백엔드를 강화하는 전략이 필요해졌습니다.

세 번째는 상업적 측면입니다. 애플은 현재 Google과의 검색 계약을 통해 연간 약 180억~200억 달러 규모의 수익을 얻고 있습니다. 그러나 미국 법무부는 이 계약이 시장 지배적 지위를 남용한 사례라며 반독점 소송을 제기했고, 이에 따라 애플 역시 이 수익 모델의 미래가 불투명해졌습니다. 자체적인 검색 기능과 AI 답변 기능을 확보하게 되면, 이 계약에 대한 의존도를 줄일 수 있으며, 장기적으로 자사 광고 플랫폼 혹은 앱 생태계와 연결해 새로운 수익 구조를 만들 수 있습니다.

AKI 팀의 등장은 OpenAI,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경쟁사들이 생성형 AI 기반의 검색 및 챗봇 기술을 빠르게 상용화하는 가운데, 애플이 Siri의 한계와 기존 AI 플랫폼의 기능 부족을 인식하면서 시작됐습니다. 동시에 Google 검색 계약에 대한 규제 리스크와 수익 구조 불안, 내부 AI 연구 인력의 잇따른 이탈, 폐쇄적 연구 문화에 대한 내부 갈등 등이 겹치면서 애플은 기존 입장을 바꾸고 자체적인 ‘Answer Engine’ 개발에 착수하게 됐습니다.

기존 AI 플랫폼 한계.

2024년 WWDC에서 발표된 ‘Apple Intelligence’는 글쓰기 도우미, 이메일 요약, 스케줄 정리, 이미지 생성 등 다채로운 기능을 포함했으나, 실시간 웹 질의응답이나 깊이 있는 검색 기반 AI는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Siri 역시 여전히 “웹에서 찾아볼게요” 수준의 기능에 머물러 있었으며, 사용자의 다양한 질문을 정확하게 파악하거나, 맥락을 유지한 대화에는 적절히 대응하지 못했습니다.

이런 상황은 iPhone, Mac, iPad 사용자들 사이에서도 Siri에 대한 불만이 누적되도록 만들었습니다. 이에 따라 애플은 Apple Intelligence와는 별도로 대화형 지식 엔진을 위한 프로젝트를 병행하기 시작했고, 그 결과가 바로 AKI 팀의 출범입니다.

애플은 2025년 하반기부터 Siri 개편도 병행하고 있지만, 해당 프로젝트는 최소 2026년 봄까지 완료되지 않을 예정입니다. 이는 Siri 개선보다도 AKI 팀의 Answer Engine이 먼저 사용자에게 선보일 가능성을 시사합니다.

인력 이탈과 내부 갈등.

애플은 최근 자사 AI 부문에서 잇따른 핵심 인력 이탈을 겪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Foundation Models’ 팀의 수장 루오밍 팡(Luoming Pang)을 포함한 핵심 연구진이 메타(Meta)로 이직했습니다. 해당 팀은 애플 내에서 대형 언어모델(LLM)을 개발하던 핵심 부서로, 애플 내부 AI 기술 축적의 중추 역할을 해 왔습니다.

팡 박사는 애플 내부에서 자체 LLM을 오픈소스로 공개하자는 제안을 했으나, 경영진이 이를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과정에서 연구 중심 접근 방식과 제품 중심 전략 간의 갈등이 표면화됐습니다. 애플의 폐쇄적인 문화, 상업적 우선순위, 외부 협업에 대한 제약 등이 연구자들의 이탈을 가속화한 배경으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인력 이탈은 애플이 AI 분야에서 단순히 제품 기능만이 아니라, 기술 개발 문화 전반을 재정비해야 한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AKI 팀 역시 기술 개발과 제품 통합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조율할지 내부적으로 조율 중입니다.

구인 및 개발 현황.

애플은 현재 검색 시스템 개발 경험을 가진 엔지니어, 자연어 응답 엔진 개발자, 대규모 클라우드 인프라 엔지니어 등을 대상으로 적극적인 채용을 진행 중입니다. 채용 공고에는 "대규모 사용자 기반을 대상으로 한 웹 지식 기반 질문 응답 시스템 개발 경험자"라는 구체적 조건이 명시되어 있으며, 이는 AKI 프로젝트의 실제 기술 구현이 이미 본격화됐다는 신호입니다.

애플은 해당 시스템을 기존 OS에 기본 내장하는 것 외에도, 별도 독립 앱 형태로 선보일 가능성도 내부 검토 중입니다. AKI 팀의 초기 목표는 Siri를 대체하지 않고 보완하는 것이며, 사용자 질문에 실시간으로 정확하고 설명력 있는 정보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검색 시장과의 경쟁 구도 변화.

AKI 프로젝트는 단순한 Siri 개선 프로젝트를 넘어, 애플이 검색 시장 자체에 진입하려는 전략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소비자 검색 경험은 주로 구글에 의존해 왔으나, 생성형 AI 기술의 발전은 검색 방식 자체를 변화시키고 있습니다. 사용자는 점차 키워드 입력 대신 질문을 던지고, 정제된 응답을 기대하게 됐습니다.

이에 따라 마이크로소프트는 Bing에 Copilot을 통합하고, 구글은 자체 AI 모델 Gemini를 검색에 연동하고 있으며, Perplexity와 같은 스타트업은 아예 ‘대화형 검색 엔진’을 표방하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애플 역시 이 흐름에서 독립된 사용자 경험을 확보하지 않으면, 자사 하드웨어 생태계에서 검색 주도권을 빼앗길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AKI 프로젝트는 이와 같은 검색 경험 변화에 대응하는 동시에, 사용자의 프라이버시를 중시하는 애플의 브랜드 정체성을 유지하면서도 효과적인 검색 결과를 제공하려는 시도입니다.

애플 AI 전략의 전환점.

애플은 수년 동안 챗봇 중심 AI 전략에 거리를 두며 실용 기능에 집중해 왔습니다. 그러나 OpenAI,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이 주도하는 AI 경쟁 환경 변화와 Siri의 기술 한계, 핵심 인력 이탈, Google 의존 구조에 대한 불안정성 등이 겹치면서 전략 수정이 불가피해졌습니다.

AKI 팀은 이러한 변화 속에서 등장한 조직입니다. ‘Answer Engine’이라는 명확한 목표 아래, Siri, Spotlight, Safari와 통합되거나 독립된 AI 앱 형태로 사용자 질문에 고도화된 응답을 제공하는 시스템 개발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리더십 구성, 채용 움직임, 기술 방향성 등은 AKI 프로젝트가 애플의 새로운 AI 전략 중심에 있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애플이 이 프로젝트를 통해 단순히 Siri를 개선하는 수준을 넘어, 검색 시장과 AI 사용자 경험 전반에 어떤 변화를 줄 수 있을지 주목되고 있습니다. 아직 완성 단계는 아니지만, ‘챗봇은 안 한다’던 애플이 직접 챗봇 개발에 뛰어들면서 AI 전쟁의 축이 본격적으로 재편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