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와 고용노동부가 2024년부터 시범 운영 중인 필리핀 가사관리사 제도는 외국인 여성 인력을 통해 국내 돌봄 공백을 메우겠다는 취지로 시작됐지만, 입국 이후 일부 근무자들의 무단이탈과 조기 계약 종료가 발생하면서 운영 현실에 대한 문제점이 드러났습니다. 과도한 업무 강도, 낮은 실수령액, 공동숙소 생활의 불편함, 신고 창구의 부재 등 다양한 요인이 근무자 이탈로 이어졌으며, 제도 내 보호 장치가 미비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특히 가사관리사들이 법적 근로자 지위를 갖지 못해 노동권 보장에서도 사각지대에 놓여 있으며, 이주노동자 인권단체들은 근본적 제도 개선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시범사업을 연장했지만, 제도 전반에 대한 재점검과 구조적 보완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필리핀 가사관리사 제도 도입 배경.
2024년 8월, 서울시와 고용노동부는 국내 맞벌이 가정과 한부모 가정의 돌봄 부담을 덜기 위해 외국인 가사관리사 시범사업을 도입했습니다. 대상 국가는 필리핀이었고, 필리핀 정부가 인증한 직업훈련기관 TESDA의 자격을 갖춘 인력 100명이 E‑9 비자를 통해 한국에 입국했습니다. 이들은 필리핀 내에서 한국어 교육과 기본 직무교육을 받은 뒤, 서울시가 운영하는 숙소에 입소해 정해진 가정에 배치됐습니다.
시범사업은 ‘가사서비스종합지원센터’를 통해 매칭과 관리가 진행됐습니다. 이 제도는 장기적으로 외국인 가사노동 시장을 제도화하겠다는 정부의 정책적 실험이었으며, 서울시는 이를 전국 확산의 모델로 삼을 계획을 밝혔습니다.
숙소 배치와 근로 형태.
입국한 인력들은 서울 강남구, 서초구 등지의 공동 숙소에서 생활했습니다. 숙소는 서울시가 운영하며, 필리핀 가사관리사들은 각자 배정된 가정에 매일 출퇴근했습니다. 고용형태는 1가구당 주 5일, 하루 8시간 근무를 원칙으로 했고, 월급은 약 220만 원이었습니다. 이 금액에서 숙식비, 건강보험료, 고용보험료 등을 공제한 실수령액은 약 150만 원 내외였습니다.
공동 숙소 생활은 프라이버시 부족과 생활 스트레스로 이어졌습니다. 하루 2명당 1개의 방을 사용하는 형태였고, 식사는 자체적으로 해결해야 했습니다. 일부 근무자들은 한국 문화에 적응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고, 날씨, 음식, 언어 문제 등도 지속적으로 제기됐습니다.
업무 강도와 이탈 사례.
입국 초기 몇 달간 일부 인력들은 무단으로 숙소를 이탈하거나, 배정된 가정과의 계약을 중도에 종료하는 사례가 발생했습니다. 특히 2024년 9월, 숙소를 이탈한 필리핀 국적 여성 2명이 부산에서 발견되어 강제출국 조치됐습니다. 해당 사건 이후에도 몇몇은 귀국하거나, 계약 해지를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근무자의 이탈 배경에는 과도한 업무 강도가 있습니다. 일부 가정에서 가사관리사에게 요구한 업무량이 규정을 초과했습니다. 한 사례에서는 오전 6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청소, 빨래, 육아를 병행했다는 진술이 있었습니다. 해당 가사관리사는 본인의 직무 범위가 명확하지 않다는 점, 쉬는 시간이 거의 없었다는 점을 호소했습니다.
또한 실수령액이 기대보다 낮다는 불만도 많았습니다. 숙식비가 25만 원 이상 공제되고, 사회보험료가 추가로 빠지면서 본인이 손에 쥐는 급여가 예상보다 적다는 반응이 나왔습니다. 필리핀 현지에서 설명받은 급여 조건과 실제 근무조건 간의 괴리도 이탈 요인 중 하나로 꼽혔습니다.
제도 관리 부실.
서울시와 고용노동부는 제도의 원활한 운영을 위해 ‘가사서비스종합지원센터’를 설립했습니다. 이 센터는 고충 상담, 배치 조정, 근로환경 점검 등의 기능을 갖추고 있다고 안내됐습니다. 그러나 2025년 6월 기준, 이 센터에 접수된 공식 상담 건수는 0건이었습니다. 약 10개월간 실제 근무자가 불편이나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창구가 작동하지 않았다는 의미입니다.
현장에서는 신고 시스템이 사실상 무력화됐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근무자 다수가 한국어 소통에 어려움을 겪고, 신고 절차나 구조 자체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또한, 숙소 관리자나 센터 관계자들이 자주 교체되어, 신뢰 관계 형성에도 한계가 있었다는 반응이 있습니다.
법적 보호 사각지대.
필리핀 가사관리사들이 발급받은 E‑9 비자는 농업·건설·제조업 등 비전문취업 직종에 해당합니다. 가사노동은 법적으로는 ‘파견 형태 서비스’로 분류되어 있으며, 근로기준법상 명확한 근로자 보호 규정이 적용되지 않습니다. 이에 따라 연장 근무 수당, 휴게시간 보장, 고용 안정성 등의 부분에서 국내 근로자와 동일한 수준의 보호를 받지 못합니다.
한국 정부는 이 사업을 ‘도우미 제공 서비스’로 규정해 민간 중개기관을 통해 운영해 왔습니다. 그러나 실질적으로는 고용계약을 맺고 근무를 하고 있음에도, 가사관리사들이 처한 법적 지위는 불안정합니다. 이로 인해 문제 발생 시 중재나 구제가 어려운 상황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현장 반응과 정부의 태도.
정부는 이 사업을 1년 연장한 뒤, 2025년 말까지 시범 운영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서울시 측은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이 많고, 일부 운영상의 미비점은 조정 중"이라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강제출국, 중도 귀국, 계약 조기 종료 등의 사례가 여러 건 발생했고, 이에 대한 정확한 통계나 원인 분석은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일부 이용 가정은 만족스럽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습니다. 특히 장시간 외출하는 맞벌이 가정이나 고령자가 있는 가정은 “필리핀 관리사가 책임감 있고 친절하다”는 후기를 남겼습니다. 반면, 일부 가정은 “언어 소통이 어렵다”거나 “문화 차이로 반복 설명이 필요하다”는 불만도 제기했습니다.
시민단체와 인권단체의 문제 제기.
이주노동자 인권단체들과 시민사회단체들은 제도 전반에 대한 비판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일부 단체는 정부의 시범사업이 "값싼 외국인 여성 노동력에 의존한 돌봄 체계 확장 실험"이라고 비판했습니다. 특히, 근무 조건에 비해 낮은 임금, 강제 숙소 생활, 제한된 이동 자유, 신고 창구 부재 등을 구조적 문제로 지적했습니다.
성희롱, 언어폭력, 장시간 근무 등 인권 침해 요소에 대한 실태 조사를 촉구하는 성명도 발표됐습니다. 해당 단체들은 고용노동부와 서울시가 외국인 근로자를 공급하는 방식의 사업을 중단하고, 돌봄 노동에 대한 공공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제도 개선 과제.
필리핀 가사관리사 사업은 한국 사회의 돌봄 공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새로운 시도였습니다. 그러나 근무자 보호 체계, 고충 처리 창구, 숙소 환경, 법적 지위 등의 구조적 문제가 드러나면서, 제도 지속 여부에 대한 논의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우선적으로 개선이 필요한 항목은 다음과 같습니다.
- 근무시간, 업무범위에 대한 명확한 계약서 작성과 이행
- 신고 시스템의 접근성과 신뢰 확보
- 숙소 거주 의무 폐지 또는 선택권 부여
- 사회보험 부담금에 대한 국가 보조 확대
- 법률상 ‘근로자’ 지위 부여를 통한 근로기준법 적용
이와 같은 조치는 외국인 인력의 권리 보호뿐만 아니라, 이용 가정의 서비스 안정성과 신뢰도를 동시에 확보하는 데 필수적입니다.
제도 지속 여부에 대한 평가 필요.
현재 서울시와 고용노동부는 이 사업을 ‘확장 가능성 있는 모델’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현장에서 반복되는 이탈 사례, 고충 미신고 상태, 인권 문제 제기 등을 고려할 때 제도 전반의 점검이 시급합니다. 단기적 운영 성과보다, 제도적 안정성과 공공적 신뢰 구축이 우선돼야 합니다.
한국 사회가 외국인 돌봄 인력을 받아들이는 방식은 앞으로 더 중요해질 가능성이 큽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의 시범사업 운영 방식은 하나의 전형으로 남을 수 있습니다. 근로자의 존엄성과 사용자 가정의 안정, 제도적 투명성을 모두 고려한 정책 설계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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