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 드라고르 요새에 설치된 ‘큰 인어’ 조각상은 신체 일부의 형태가 공공장소에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을 받아 철거가 결정됐습니다. 문화청은 역사적 장소와 조형물의 조화 문제를 제기했고, 시 당국은 주민 반응과 공간 제약 등을 근거로 작가의 기증 제안을 거절했습니다. 시민사회에서는 조형물의 표현 방식이 특정 성적 이미지를 연상시킨다는 비판이 있었고, 작가는 조형 비례에 따른 설계였다고 해명했습니다. 이 사례는 공공예술에서의 표현 방식과 수용 기준이 장소성과 사회적 맥락에 따라 다르게 적용된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인어 조각상을 둘러싼 갈등의 시작.
2006년 덴마크 조각가 피터 벡은 코펜하겐 해안에 인어를 형상화한 대형 조각을 설치했습니다. 조각상은 높이 약 4미터, 무게는 14톤 정도이며, 인어공주를 모티프로 삼았지만 몸체의 구성은 전통적인 이미지와 달랐습니다. 그중에서도 상반신의 형태가 유난히 강조됐다는 점이 논란의 원인이 됐습니다.
작품이 세워지자마자 시민들 사이에서는 조형의 적절성을 놓고 의견이 분분했습니다. 일부는 예술적 상상력이 반영된 창작물로 보았지만, 다른 이들은 해당 조각이 지나치게 성적인 이미지로 받아들여진다고 했습니다. 이견은 시간이 지나면서도 사라지지 않았고, 결국 2018년 해당 조형물은 코펜하겐 중심부에서 드라고르 요새로 이전됐습니다.
철거 요청과 행정 결정의 흐름.
2025년 3월, 덴마크 문화청은 이 조형물이 현재 설치된 드라고르 요새의 역사적 환경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이유로 철거를 권고했습니다. 요새는 20세기 초반에 지어진 문화재로, 인근 지역은 국가 유산으로 관리되고 있습니다. 문화청은 시각적으로 불균형하다는 평가와 함께, 해당 장소의 경관과 배치에 어긋난다는 이유를 명확히 했습니다.
이에 따라 드라고르 시 행정 당국은 조형물의 향후 거취를 두고 작가 측과 협의를 진행했습니다. 피터 벡은 작품을 시에 기증하고 영구 보존되길 원했지만, 시는 공간 부족을 이유로 수용하지 않았습니다. 이전 설치 당시에도 주민 민원이 있었고, 현재 장소에서도 비슷한 의견이 접수되고 있다는 점이 고려됐습니다. 이후 시는 문화청의 권고에 따라 철거를 결정했고, 언론은 2025년 8월 초 철거가 공식화됐다고 보도했습니다.
시민 사회와 언론의 반응.
이 조각상이 논란의 중심에 선 이유는 단순한 형태나 크기 때문이 아니라, 신체 일부의 비례 표현이 공공의 시선에서 어떻게 받아들여졌는지에 관한 문제였습니다. 폴리티켄지의 미술 평론가는 해당 조형물에 대해 ‘도시의 환경과 어울리지 않는 외형’이라고 평했습니다. 그는 조형물의 예술적 완성도보다는, 시각적 충격과 사회적 불쾌감 유발 요소에 주목했습니다.
덴마크 언론인 소린 고트프레드센은 조형물의 형상이 특정 성적 환상을 자극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여성의 몸이 공공장소에 드러날 때 그 형태와 크기에 따라 다르게 인식되는 현상이 사회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일각에서는 조형 자체보다 그것을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이 더 문제라고 했지만, 실제 행정기관의 판단은 장소의 역사성과 공공성 유지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베를링스케지의 편집자는 이 논란이 예술 작품의 성격보다는 수용자의 반응에 따라 달라진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녀는 ‘큰 인어’가 기존의 ‘작은 인어’ 조각보다 노출이 심하지 않음에도, 특정 신체 부위의 비례가 다르다는 이유로 더 큰 반감을 불러일으켰다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그에 따르면, 이 현상은 사회가 신체에 대해 어떤 형상을 더 받아들이기 어려워하는지를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작가의 해명과 시 당국의 입장.
조각가 피터 벡은 철거 결정 이후 언론 인터뷰에서 조형의 구성이 전체적인 크기와 비례에 맞게 설계됐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의도적으로 신체 부위를 강조한 것이 아니며, 실제 모델을 기반으로 한 조형이라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작가는 조형물에 대한 비판이 단순한 미적 판단을 넘어 사회의 고정관념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작가는 드라고르 시에 조형물 기증을 제안했고, 보존 장소를 제공받기 원했습니다. 하지만 시는 공공 공간 운영 및 시설 유지 측면에서 해당 조형물이 차지하는 면적이 과도하다고 판단했고, 이와 관련한 민원 기록도 근거 자료로 삼았습니다. 시 당국은 “문화청의 권고는 단지 미적 관점에 국한되지 않고, 공간 활용과 지역 문화유산 보호에 대한 기준에 따라 진행된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장소성과 표현 방식의 충돌.
이 조형물에 대한 비판은 단순히 예술적 표현의 수위를 둘러싼 논쟁이 아니라, 그 표현이 자리한 공간과의 관계에서 비롯됐습니다. 드라고르 요새는 관광지이면서도 문화재로 지정된 장소이며, 군사시설의 구조와 역사적 배경이 그대로 남아 있는 구역입니다. 해당 장소에 설치된 조형물의 형태가 장소성과 불일치한다는 지적이 행정 결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줬습니다.
예술 표현이 허용되는 범위는 창작자의 자유에 따라 넓어질 수 있지만, 공공의 공간에서 허용되는 표현에는 지역 사회의 기준과 물리적 조건이 반영됩니다. 특히 공공 예술은 보는 이의 연령과 문화 수준, 역사적 맥락에 따라 상이하게 받아들여질 수 있기 때문에, 조형물 하나의 문제로 국한되기 어려운 구조적 특성을 가집니다.
조형물 표현과 신체 이미지 수용의 기준.
덴마크는 일반적으로 성에 대해 비교적 개방적인 문화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공공장소에서의 누드 조형물 전시도 종종 이루어져 왔고, 예술 표현의 자유 역시 폭넓게 인정받는 편입니다. 그러나 이번 사례는 신체 일부의 강조가 전체 조형의 구조와 조화를 이루지 못한다는 평가가 많았습니다.
일부 시민은 조형물의 형태가 고정된 여성 이미지를 반복하고 있으며, 이를 공공장소에서 계속 노출하는 것은 성 역할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고착화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는 여성 신체의 표현 자체보다 ‘어떻게 구성되었는가’와 ‘어디에 전시되었는가’라는 문제로 이어졌습니다.
작가는 “조형이 상징하는 바는 개방성과 자연스러움이며, 특정한 이상화된 형태를 표현한 것이 아니다”라고 했지만, 사회적 해석은 그와 달랐습니다. 이러한 상황은 조형물이 반드시 외설적인 형상이어야만 논란이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가 수용 가능한 형상이 무엇인지에 대한 인식 차에서 비롯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유사 사례를 통해 본 국제적 맥락.
덴마크의 사례 외에도 세계 여러 도시에서 유사한 논란이 반복되어 왔습니다. 터키 이스탄불에서는 1974년 공화국 50주년을 기념해 세운 ‘Güzel İstanbul’이라는 누드 여성상에 대해 종교계와 정치권이 강하게 반발했고, 설치 9일 만에 철거됐습니다. 이후 훼손된 채 방치되거나 외곽 공원으로 옮겨졌지만 시민 관심에서 멀어졌습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는 2025년, 45피트 높이의 여성 누드 조각상 ‘R‑Evolution’이 도시 광장에 세워졌습니다. 조형물은 여성 인권과 해방의 메시지를 담았지만, 일부 시민은 공공예산 사용과 노출 정도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베를린에서는 연방정부 청사 입구에 설치된 고전 복제 누드상이 평등법에 저촉된다는 이유로 내부 민원에 따라 철수됐습니다.
이러한 사례들은 모두 조형물의 예술성과 사회적 수용성 사이의 긴장을 보여줍니다. 특히 여성의 신체 표현에 대한 공공 수용 기준은 국가별·시대별로 큰 차이를 보이며, 단일 기준으로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공공 예술에서의 판단 기준.
‘큰 인어’ 조형물 논란은 표현의 자유와 공공의 기준이 충돌한 사례 중 하나입니다. 공공 미술은 장소와 대상, 시대와 맥락이라는 여러 요소가 겹치는 영역에서 기능하기 때문에, 단일한 창작자의 시선만으로 성립되기 어렵습니다. 특히 공공장소에서는 다양한 계층과 연령의 시민이 조형물을 마주하기 때문에, 그 수용성 또한 고려 대상이 됩니다.
덴마크는 성적으로 개방적인 국가로 인식되어 왔지만, 이번 사례는 그러한 이미지가 언제나 모든 표현에 적용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줬습니다. 역사적 장소, 공간의 성격, 주민 의견, 공공성 등 여러 조건이 조형물의 존치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이 됩니다.
표현 방식 자체에 대한 논의는 단기적 반응으로 끝나지 않고, 앞으로도 공공예술과 사회적 기준의 교차점에서 계속 다뤄질 주제입니다. 이 조형물의 철거는 하나의 결말일 수 있지만, 같은 논의를 다시 불러올 수 있는 시작점이 될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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