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아파트 단지에서는 경비노동자와 배달노동자가 반복적으로 입주민의 폭언, 부당한 지시, 출입 제한 등으로 고통받고 있습니다. 경비원은 냉난방조차 없는 열악한 근무환경과 해고 불안 속에서 일하고 있으며, 배달노동자는 차량 및 오토바이 지상 출입 금지로 인한 물리적 위험과 노동 강도의 증가를 겪고 있습니다. 일부 입주민의 일방적인 요구와 아파트 구조 설계가 이들의 기본적인 노동권을 침해하고 있는 가운데, 제도적 개선과 공동체 내 조율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입주민의 폭언과 해고, 경비원 노동 현실.
대한민국 아파트 단지에서 경비노동자가 겪는 부당한 대우는 반복되고 있습니다. 특히 2025년 8월, 경기도 부천시의 한 아파트에서 발생한 사건은 다시 한번 경비노동자의 근무환경 실태를 드러냈습니다. 이 사건은 한 입주민이 “전기세 아깝게 왜 선풍기를 켜느냐”고 항의하며, 에어컨도 없는 경비실에서 선풍기마저 치우라는 요구를 한 것으로 시작됐습니다. 해당 경비원은 폭염 속에서도 최소한의 바람만이라도 쐬기 위해 선풍기를 틀었지만, 입주민의 민원에 의해 고통을 겪었습니다.
이 사건은 경비원의 자필 호소문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공개되면서 알려졌습니다. 경비원은 “더운 날씨에 선풍기 하나 틀었다고 치우라는 항의를 받았다. 에어컨도 없는 좁은 공간에서 근무 중인데, 최소한의 환경만이라도 보장받고 싶다”고 호소했습니다. 이후 많은 입주민이 경비원을 응원하며, 엘리베이터 내부에 지지 문구를 자발적으로 부착했습니다. “사람답게 일할 수 있게 하자”, “경비원에게 선풍기 금지라니, 이건 아니다” 등의 문구가 붙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응원과 별개로 경비노동자의 인권 침해는 이전부터 반복적으로 발생해 왔습니다. 2024년 10월, 서울 서부지법은 한 입주민이 3명의 아파트 노동자에게 수년간 폭언과 모욕을 가한 혐의로 총 4,500만 원의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고 판결했습니다. 해당 입주민은 “죽여버린다”, “개처럼 짖어봐라”, “부모를 묘에서 꺼내와라”는 등의 극단적인 발언을 반복했습니다. 피해자들은 정신적 충격을 호소하며 퇴직하거나, 자존감의 심각한 훼손을 경험했습니다.
2023년에도 비슷한 사건이 서울과 경기 지역에서 연이어 발생했습니다. 입주민의 언어 폭력, 불합리한 업무 지시, 감시와 사적 심부름 요구 등이 반복됐고, 경비노동자는 이에 대응할 수단조차 부족했습니다. 경비노동자 대다수는 단기 계약직이거나 하청업체 소속으로, 고용 불안에 놓여 있습니다. 계약 연장을 입주자대표회의나 관리소장에게 의존해야 하므로, 부당한 요구에도 쉽게 거절하지 못하는 구조입니다.
한국비정규노동센터의 조사에 따르면, 경비원 4명 중 1명 이상이 입주민의 모욕적 언행을 경험했습니다. 또한, 40%에 달하는 경비실이 냉난방 시설 없이 방치된 상태입니다. 현행 법상 공동주택에는 경비원 휴게시설 설치 의무가 있지만, 냉방장치 설치는 필수가 아닙니다. 이에 따라 많은 경비원들이 여름엔 폭염, 겨울엔 혹한 속에서 근무해야 하는 실정입니다.
반복되는 해고 통보, 고용 불안의 일상화.
고용 불안도 경비노동자의 대표적인 고충입니다. 2024년 4월, 서울 강남의 한 아파트에서 7년간 근무한 경비원이 문자 한 통으로 해고 통보를 받았습니다. “내일까지만 출근해 주세요”라는 일방적 통보에 경비원은 당황했고, 동료 3명도 같은 방식으로 계약 종료 통보를 받았습니다. 해고 사유는 따로 설명되지 않았습니다.
아파트 측은 “입주자대표회의 결정에 따른 계약 종료”라는 입장을 밝혔지만, 경비원들은 명확한 절차나 소명의 기회조차 없었습니다. 이 사건은 언론 보도를 통해 외부에 알려졌고, 아파트 관리 방식에 대한 비판 여론이 이어졌습니다.
경비노동자는 일반적인 근로기준법 보호도 완전히 적용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경비원은 ‘감시·단속적 근로자’로 분류되어, 근로시간 제한이 완화되고 연장수당 등에서도 배제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에 따라 장시간 근무, 초과노동에도 정당한 보상을 받지 못하는 사례가 많습니다.
단지 내 진입 제한, 배달 노동자의 또 다른 장벽.
경비노동자뿐 아니라, 배달노동자 역시 아파트 단지 내에서 반복적으로 갈등을 겪고 있습니다. 최근 5년간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지상 차량 진입 금지형’ 아파트가 급증했습니다. 차량과 오토바이의 지상 진입을 금지하고 지하주차장으로만 진입하도록 설계한 아파트들이 늘어나면서, 배달노동자들은 중량 짐을 들고 수십 분씩 이동하거나 엘리베이터 진입조차 제한받는 상황에 놓였습니다.
대표적으로 2018년 경기 남양주시 다산신도시에서 ‘택배 차량 지상 출입 금지’ 방침을 둘러싸고 갈등이 폭발했습니다. 아파트 입주민들은 차량 없는 단지를 요구했고, 택배노조는 수레로 무거운 박스를 끌고 지하차도나 단지 외곽을 돌아야 하는 비효율적 노동 환경에 반발했습니다. 택배기사들이 일정 기간 배송을 거부하자, 단지 내에 택배물이 쌓이면서 ‘택배 대란’이라는 말까지 나왔습니다.
2021년 서울 강동구 고덕동의 아파트에서도 유사한 사례가 반복됐습니다. 배달 오토바이 진입을 막는 아파트 지침으로 인해, 수백 건의 배달 요청이 거절되거나 큰 지연을 겪었습니다. 일부 아파트에서는 오토바이가 지하주차장을 통과해 들어가도록 요구했지만, 실제 지하 진입은 경사로가 가파르고 시야가 좁아 사고 위험이 높습니다.
인천 송도와 부산 해운대에서도 아파트 경비원이 배달 오토바이의 핸들을 강제로 꺾거나 진입을 막는 과정에서 충돌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이에 대해 라이더유니온은 “주거권과 노동권이 충돌하는 것이 아니라, 최소한의 대화와 절충이 없는 구조가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배달과 경비노동 사이, 충돌이 아닌 조율이 필요합니다.
배달노동자와 경비노동자는 서로 이해관계가 상충하는 구조로 보이지만, 근본적으로는 동일한 문제를 겪고 있습니다. 모두 아파트라는 공간에서, 노동의 기본 조건을 요구할 수 없을 만큼 제약받고 있으며, 입주민 혹은 관리 주체의 일방적 결정에 따라 근무환경이 바뀌고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제도적 시도도 일부 나타나고 있습니다. 서울시 일부 자치구는 경비노동자의 휴게시설 실태를 전수조사하고, 에어컨 설치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또한 고용노동부는 감시·단속적 근로자에 대한 보호 대상을 재검토 중이며, 근로조건 개선안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배달노동자와 관련해서는, 일부 아파트에서 ‘무인 보관함’ 설치, ‘지상 진입 허용 시간제 운영’ 등을 시범 도입하고 있습니다. 입주민과 노동자가 함께 참여하는 단지 내 협의체를 구성하여, 실질적인 운영 기준을 합의하는 방식도 시도되고 있습니다.
아파트 공동체의 구조와 책임.
아파트는 단순한 거주 공간이 아니라, 수많은 사람의 노동과 협력으로 유지되는 공동체입니다. 그러나 현재의 구조에서는 입주민의 편의가 지나치게 강조되고, 경비원과 배달노동자는 침묵을 강요받는 위치에 놓여 있습니다.
노동자가 권리를 주장하는 순간, 해고되거나 계약이 만료되고, 배달노동자가 의견을 내면 출입을 제한당하는 구조에서는 공동체의 지속가능성도 위협받습니다. 특히 여름 폭염, 겨울 혹한 속에서도 기본적인 냉난방조차 제공되지 않는 경비실, 오토바이 진입조차 허용되지 않는 지하주차장 구조는 '디자인된 불평등'으로 작동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공동주택 설계와 운영, 관리방식 전반을 재검토해야 합니다. 입주민 중심의 일방적 결정 구조를 바꾸고, 아파트를 구성하는 모든 사람의 생존과 존엄을 고려한 기준이 필요합니다. 경비노동자, 배달노동자 모두 누군가의 가족이며, 같은 지역사회 구성원입니다.
그들이 더는 호소문을 써야 하지 않는 단지, 지하 경사로를 오르내리지 않아도 되는 구조를 만드는 일은 사회 전체의 책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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