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즈(NYT)가 선정한 21세기 최고의 영화 봉준호의 기생충과 이재명 철학이 만나는 지점

이 글에는 영화 《기생충》의 주요 전개와 결말에 대한 단서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아직 작품을 접하지 않으신 분들께는 내용을 확인하실 때 유의하시길 바랍니다.

영화, 세기를 꿰뚫다

2019년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개봉했을 때, 그것이 예술적 성취에 머물지 않고 21세기 불평등 사회를 가장 집요하게 응시한 텍스트가 될 것이라 예상한 이는 많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2025년 6월, 뉴욕타임스가 《기생충》을 ‘21세기 최고의 영화’로 선정하면서 그 정치성과 구조 비판의 힘이 세계적으로 다시 조명되었습니다. 뉴욕타임스는 이 작품을 “가진 자와 못 가진 자의 이야기이자, 신자유주의의 참혹함을 날카롭게 고발한 영화”라고 표현하며, 단순한 계급극을 넘어 체제 전반을 드러내는 ‘구조의 드라마’로 재조명했습니다. 그렇다면 이 영화가 무엇을 포착했고, 우리는 그 통찰을 어떻게 사회적 변화의 실마리로 삼을 수 있을까요? 이 질문은 현재 한국의 정치 현실, 특히 이재명 정부가 제시하는 국가의 역할 및 사회경제적 철학과 직접적으로 맞닿아 있습니다. 구조를 바라보는 시선과 그것을 바꾸는 정치적 기획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우리는 예술과 정책이 만나는 드문 순간을 포착할 수 있습니다.

봉준호의 '기생충' 한장면(일러스트)

영화는 ‘공간’으로 말하고, 사회는 ‘사다리’를 잃는다

《기생충》은 인간을 인물로서가 아니라 공간 속 존재로 그립니다. 반지하에 사는 가족과 고급 빌라에 사는 가족은 물리적으로 단절된 공간에 있지만, 결정적으로는 ‘수직적인 계층 이동의 단절’을 상징하는 축으로 배치됩니다. 반지하에서 지하실로, 그리고 다시 현실로 돌아올 수 없는 순환 구조는, 오늘날 계급 간 사다리가 실질적으로 사라졌다는 사실을 암시합니다. 영화 속 ‘냄새’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계층의 경계를 명확히 나누는 매개로 작동합니다. 아무리 외양을 꾸미고, 고급 어휘를 사용하고, 직업을 위조해도, 그들에게는 지워지지 않는 존재의 흔적이 있습니다. 그것은 단지 물리적인 냄새가 아니라, 계층적 낙인의 상징입니다. 이러한 설정은 오늘날 신자유주의 체제가 개인에게 무한한 자기계발을 요구하면서도, 실질적으로는 출신과 배경, 자본을 기준으로 이들을 구분 짓는 위선을 비판합니다.

구조가 파괴될 때, 폭력은 필연이 된다

《기생충》의 후반부에서 발생하는 갑작스러운 폭력은 사실 갑작스럽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것은 예고된 구조 붕괴의 산물입니다. 일상 속 깊이 쌓인 멸시와 차별은 결국 터져나오고, 그 대상은 어떤 도덕적 악인이 아니라 ‘냄새를 참지 못한 사람’입니다. 봉준호 감독은 이 장면을 통해, 신자유주의적 불평등이 일상과 인간성을 서서히 파괴하는 구조적 폭력이라는 점을 강조합니다. 영화는 그 결과조차 해방이나 혁명이 아닌, 더 깊은 은신처로의 침잠으로 끝맺습니다. 이는 오늘날 우리가 마주한 현실, 즉 ‘폭력으로도 전환되지 않는 절망’과 맞닿아 있습니다. 결국 문제는 개인의 분노가 아니라, 그 분노가 향할 방향조차 허락하지 않는 구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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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정부, 구조적 인식을 정책으로 풀다

현 이재명 정부가 제시하는 국가 철학은 기존 시장 중심의 정치 질서와 분명히 다른 점을 지닙니다. 특히 이 정부는 개인의 실패를 개인의 책임으로 돌리는 신자유주의적 논리에서 벗어나, ‘구조를 바꾸는 정치’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 대표적인 정책이 바로 기본소득과 기본대출입니다. 기본소득은 조건 없는 삶의 최소 기반을 제공하겠다는 선언이며, 기본대출은 자산이 아닌 신뢰를 기반으로 사회에 첫발을 내딛게 하겠다는 새로운 접근입니다. 특히 청년·프리랜서·자영업자 등 불안정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한 이 정책은, 《기생충》 속 인물들이 맞닥뜨린 삶의 단절을 현실에서 회복하려는 시도로 볼 수 있습니다. 더불어 디지털 전환, 그린뉴딜 등의 산업 정책은 기술 변화에 따른 일자리 재편과 계층 이동성을 확보하려는 ‘능동적 복지 정책’입니다. 이는 단순한 성장 전략이 아닌, 구조 개편과 사회안전망을 결합한 재정의된 공정 경제 모델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문화가 묻고, 정치가 응답하는 체제

《기생충》은 단순히 사회 비판적 예술로 기능하지 않습니다. 그것은 질문을 던지는 예술이며, 공동체 전체가 그 질문에 응답해야 할 책임이 있다는 점을 상기시킵니다. 뉴욕타임스가 이 영화를 단순히 뛰어난 영화가 아니라 ‘우리 시대의 진단서’로 받아들인 이유는 여기에 있습니다. 이재명 정부는 이러한 문화적 질문에 제도적 언어로 응답하려고 합니다. 정치가 예술의 문제의식을 수용하고, 그 구조적 통찰을 정책으로 연결하려는 움직임은 보기 드문 흐름입니다. 정치는 현실을 관리하고, 예술은 그 현실을 성찰하게 합니다. 지금 우리는 그 두 흐름이 교차하는 시점에 놓여 있습니다.

대한민국의 자산 봉준호(일러스트)

구조의 전환을 위해 필요한 것들

《기생충》은 이야기이자 경고입니다. 그것은 냄새와 물, 지하와 수직 구조라는 익숙한 시각 요소를 통해 신자유주의의 불평등 구조를 해체적으로 드러냅니다. 그리고 그 해체는 곧 정치의 과제로 넘어갑니다. 이재명 정부가 제시하는 정책들은 하나같이 개인을 넘어서 ‘구조를 다시 짜는 일’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복지는 재정의되고, 국가는 다시 적극적인 행위자로 등장하며, 공정은 결과의 형평성을 지향합니다. 이 흐름은 《기생충》 이후의 한국 사회가 어떻게 응답할 것인지에 대한 하나의 답안으로 기능할 수 있습니다. 예술은 질문을 던지고, 정치는 응답해야 합니다. 그 응답이 구체적이고 실효적일 때, 우리는 영화 속의 지하실이 아닌, 현실 속 사다리를 다시 구축할 수 있을 것입니다. 지금 우리가 서 있는 지점은, 구조를 다시 그릴 수 있는 드문 기회일지도 모릅니다. 그 기회를 포착하는 일은, 문화와 정치 모두에게 요구되는 시대적 책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