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론 – 편리함의 그늘, 사고의 위축
생성형 AI는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의 말과 글, 사고의 습관을 바꾸고 있다. 특히 ChatGPT 같은 언어모델은 정보를 구조화하고 문장을 정제하는 능력에서 인간을 능가하는 듯 보인다. 글쓰기에 어려움을 느끼는 이들에게는 해방이고, 정보 처리 속도를 중시하는 산업 현장에서는 혁신이다. 그러나, 편리함이 항상 이득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MIT 미디어랩이 최근 발표한 연구 결과는 AI 의존이 장기적으로 인간의 사고 능력을 어떻게 위축시킬 수 있는지를 실험적으로 보여준다. 이 에세이는 해당 연구를 바탕으로, AI의 유용성을 유지하면서도 사고의 주도권을 지키기 위한 실천적 방향을 제시한다.
MIT 미디어랩 연구의 경고 – 사고의 자동화와 인지 부채
2025년 MIT 미디어랩은 54명의 대학생과 청년층을 대상으로 4개월간 에세이 작문 실험을 진행했다. 참가자들은 세 그룹으로 나뉘었다: ChatGPT 활용 그룹, 구글 검색 활용 그룹, 도구 없이 오로지 ‘뇌 단독’으로 작성하는 그룹. 참가자들이 에세이를 작성하는 동안 EEG(뇌파 측정 장치)를 착용해 뇌 활동과 연결성을 실시간 분석했으며, 작성된 글의 창의성, 독창성, 자기 일치성 등은 인간 심사자와 AI로 병행 평가했다. 실험 결과, ChatGPT 사용 그룹의 뇌 활동은 세 그룹 중 가장 낮았다. 이들은 에세이 작성 중 판단, 기억, 창의성을 담당하는 전두엽 활성도가 낮았고, 결과적으로 기억력, 비판적 사고, 창의성 점수 모두 하위권을 기록했다. 심지어 자신이 쓴 글의 문장을 기억하지 못하거나, 작성된 문장이 자신의 것이라는 인식조차 하지 못한 참가자도 있었다. 반대로, 도구를 사용하지 않은 '브레인 온리' 그룹은 가장 강한 뇌 연결성을 보였고, 자발적인 사고 과정을 통해 창의적이고 논리적인 글을 만들어냈다. 특히 흥미로운 점은 이들이 나중에 ChatGPT를 사용할 때 오히려 뇌 활성도가 증가했다는 것이다. 이는 도구에 앞서 사고가 먼저 훈련된 사용자일수록 AI 도구를 생산적으로 활용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MIT 연구진은 이를 '인지 부채(Cognitive Debt)'의 개념으로 설명했다. AI가 사고를 돕는 것이 아니라 사고를 대체하는 방식으로 사용될 때, 인간은 점점 판단하고 기억하고 질문하는 능력을 잃어간다는 것이다.
생성형 AI가 사고를 마비시키는 구조
생성형 AI가 사고를 저해하는 작동 방식은 단순하다. 그것은 문장을 '제공'하고, 사용자는 '선택'만 하면 된다. 문제는 바로 여기에서 발생한다. 언어는 사고의 도구이자, 사고 그 자체다. 글을 쓰는 과정은 곧 생각을 구성하고 체계화하는 과정이다. 그런데 완성된 문장이 제공되면, 인간은 그 안에 담긴 논리, 근거, 맥락을 자기화하지 않는다. 사용자는 그 문장을 '이해'하지 않고 '사용'할 뿐이다. 이는 사고의 비약적 생략이다. 반복될수록 뇌는 이를 ‘학습’한다. 처음에는 ‘보조 수단’이었던 AI가 어느새 사고의 주도권을 가져간다. 질문하지 않고, 검증하지 않으며, 고유한 표현을 만들지 않게 되는 것이다. 사용자는 결과만 취하고 과정은 포기한다. 이때 뇌의 실행 기능, 창의 회로, 기억 회로는 점차 퇴화한다. 결국 사고를 외주화하는 습관, 이것이 바로 인지 부채다.
AI 의존을 줄이고 비판적 사고를 강화하는 4가지 실천 전략
AI는 금지의 대상이 아니다. 오히려 그 유용성은 부인할 수 없다. 중요한 것은 사용의 '방법'이다. 아래는 의존을 줄이고, 비판성을 강화하는 AI 활용 전략이다.
- AI를 '초안 생성기'로 한정하라
- 문장을 ‘복사’하지 말고 ‘재해석’하라
- AI의 오류를 찾는 훈련을 하라
- AI 없이 생각하기’ 시간을 의식적으로 만들라
AI가 제안한 문장은 완성본이 아니다. 오히려 자기 생각을 정리하거나, 다양한 관점을 실험해보기 위한 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 글쓰기의 핵심 논지, 논리 흐름, 인용 자료 등은 가능하면 AI 없이 먼저 구성한 뒤, 그에 대한 초안을 AI에 요청하는 방식이 바람직하다. AI가 생성한 문장은 반드시 자기 언어로 번역하고, 그 안에 내재된 전제와 논리를 점검해야 한다. 예를 들어, “이 주장은 설득력이 있는가?”, “이 문장이 말하는 바를 내가 뒷받침할 수 있는가?” 같은 질문을 던져야 한다. AI 문장은 재료일 뿐, 사고의 완성물이 아니다. 의도적으로 AI의 오류, 왜곡, 편향을 찾는 활동은 비판적 사고를 훈련하는 훌륭한 방법이다. 생성형 AI는 종종 그럴듯한 허구를 말하기 때문에, 사용자가 이를 검증하지 않으면 사실과 의견의 구분도 흐려진다. AI를 '감시자'가 아닌 '비판의 대상'으로 대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AI의 도움을 받기 전에 최소한 5분 이상 주제에 대해 머리로만 사고하는 시간을 확보하자. 글의 구성, 핵심 질문, 예시 등을 먼저 스스로 떠올리고 구조화해보는 습관이 중요하다. AI는 이 생각을 정리하는 도구이지, 대신 생각해주는 존재가 아니다.
AI는 도구일 뿐, 사고의 주체는 인간
MIT 연구가 던진 가장 큰 메시지는 이것이다. “AI를 수단이 아닌 대체물로 사용할 때, 인간의 사고는 멈춘다.” 생성형 AI는 뛰어난 언어 능력을 가졌지만, 의심하지 않고, 질문하지 않으며, 기억하지 않는다. 사고는 오직 인간의 특권이며 책임이다. 우리는 AI에게 사고를 맡길 수도, 그 책임을 양도할 수도 없다. 그러므로 생성형 AI 시대의 진짜 과제는 ‘어떻게 더 잘 사용할까’가 아니라, “우리는 어떻게 사고의 주도권을 지킬 것인가”이다. AI를 잘 쓴다는 것은, 그것에 기대지 않고도 생각할 수 있을 때 가능하다. 진짜 스마트한 인간은 AI를 통해 더 깊이 질문하고, 더 날카롭게 비판하며, 더 독창적으로 사유한다. 그럴 때 AI는 비로소 도구가 되고, 인간은 사고의 주체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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