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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봄 없는 시대, 울지 않는 청년의 탄식

by postad.cloud 2025. 5. 15.

돌봄 없는 시대, 울지 않는 청년의 탄식

세상의 빠른 변화

한 세기가 채 안 되는 시간 동안, 세상은 너무도 빠르게 변해왔다. 산업화와 도시화, 기술의 진보는 우리 삶을 편리하게 만들었지만, 그 이면에 숨어 있던 것은 관계의 단절, 돌봄의 해체, 정서의 고립이었다. 과거, 이웃이 울면 담장을 넘어 따뜻한 밥 한 그릇을 들고 달려가던 그 정은 이제 회색 도시의 아스팔트 아래 묻혀버렸다. ‘함께’ 살아가던 시대는 지나고, ‘혼자’ 버텨내는 시대가 도래했다.

돌봄의 중요성

돌봄은 인간이 태어나 처음 마주하는 세계이다. 말 한마디 못할 때부터 우리는 타인의 손길에 기대어 삶을 시작한다. 이처럼 돌봄은 인간 존재의 뿌리이며, 삶을 지탱하는 보이지 않는 숨결이다. 그것은 단지 누군가를 도와주는 행위를 넘어, 인간 존엄성을 인정하고 실현하는 가장 본질적인 방식이다. 그러나 현대사회는 이 돌봄의 의미를 점차 잊어가고 있다. 저출산과 고령화, 핵가족화와 여성의 노동시장 진출, 그리고 도시화로 인해 전통적인 가족 중심의 돌봄 구조는 급속히 붕괴되었다. 과거에 자연스럽게 존재하던 상호부조의 장은 사라지고, 이제 돌봄은 누군가의 희생이거나, 더는 감당할 수 없는 ‘짐’으로 여겨지고 있다.

울지 않는 청년

이러한 변화 속에서 등장한 ‘울지 않는 청년’은 그저 강인한 인내의 표상이 아니다. 그들은 외롭고, 지치고, 아프다. 하지만 감정을 드러내는 순간조차 허락되지 않은 채, '견뎌야 한다', '네 책임이다'라는 메시지 속에 감정을 억누르고 있다. 이 청년들은 도움을 요청하는 법을 배우지 못했고, 요청하더라도 그 요청이 환영받지 않는 사회를 알고 있다. 그래서 그들은 울지 않는다. 우는 대신, 말없이 버티고, 무표정으로 살아간다. 그들의 침묵은 감정의 결핍이 아니라, 돌봄이 사라진 사회에서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한 최후의 방어막이다.

사회 구조의 결함

청년의 고통은 개인의 무능이 아니다. 그것은 사회 구조의 결함이다. 돌봄이 가족과 지역사회에서 공공영역으로 이양되어야 할 시점에서, 우리는 충분한 준비 없이 개인에게 그 무게를 떠넘겼다. 불안정한 일자리, 치솟는 주거비, 고립된 사회관계망. 이것이 오늘날 청년이 짊어진 삶의 무게다. 현재의 복지 제도는 이들을 포용하지 못한다. 정책은 일시적이고, 혜택은 불균등하며, ‘자격’이라는 장벽은 돌봄을 필요로 하는 이들을 다시 문밖으로 내몬다. 사회는 여전히 약자의 침묵을 ‘무문제’로 착각하며, 문제의 본질에 침묵하고 있다.

공동체의 해체

돌봄의 부재는 단순한 개인의 고통으로 끝나지 않는다. 그것은 곧 공동체의 해체로 이어진다. 돌봄이 있는 사회는 신뢰와 연대가 흐르지만, 돌봄이 사라진 사회는 경쟁과 고립이 지배한다. 부유한 계층은 돈으로 돌봄을 살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 이들은 고통을 감추고 방치된다. 이 격차는 세대를 가르고, 지역을 나누며, 사람 사이에 보이지 않는 벽을 만든다. 결국, 돌봄의 공백은 사회 전체의 안전과 지속 가능성을 위협하는 불안정의 씨앗이 된다.

존엄과 돌봄

우리는 누구나 돌봄을 필요로 하는 존재다. 태어나서 성장하고, 병들고, 나이 들고, 죽는 그 순간까지. 돌봄은 인간의 권리이며, 존엄의 실현이다. 이를 외면하는 사회는 결국 인간 자체를 외면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이제, 돌봄을 회복해야 한다. 그것은 사회 전체의 윤리이며, 함께 살아가는 방식에 대한 철학적 전환이다. 경쟁 대신 협력, 효율 대신 공존, 성과 대신 사람을 중심에 두는 가치의 복원이 필요하다.

사회적 계약의 재구성

이제 사회는 더 이상 돌봄을 개인의 책임으로만 둘 수 없다. 공공 돌봄 시스템을 확충하고, 맞춤형 복지 서비스를 강화하며, 특히 청년과 사회적 약자를 위한 심리·정서적 지원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또한, 돌봄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전환하기 위한 교육, 미디어, 문화 운동이 병행되어야 한다. 기업과 정부, 시민사회가 연대하여 돌봄 공동체를 재구성하고, 사회적 돌봄이 일상적 실천으로 자리잡도록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울 수 있는 사회, 웃을 수 있는 공동체

진정으로 성숙한 사회란, 모두가 울 수 있고, 함께 웃을 수 있는 곳이다. 고통을 감추지 않아도 되고,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 부끄럽지 않은 곳. 그런 사회야말로 인간 존엄이 숨 쉬는 공간이다. 돌봄은 선택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책임이다.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작지만 지속적인 실천이다. 이웃에게 내미는 손길, 무심코 던지는 따뜻한 말, 연대와 배려를 담은 정책. 그것이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가 내일을 바꾸는 힘이다.

다시 돌봄의 사회로

우리는 다시 돌봄의 사회로 돌아가야 한다. 그것은 과거로의 회귀가 아니라, 미래를 위한 도약이다. ‘울지 않는 청년’의 침묵을 들을 수 있는 사회, ‘돌봄’이 삶의 중심이 되는 사회야말로 우리가 지향해야 할 내일이다. 지금 이 순간, 작은 돌봄의 실천이 그 길을 밝히는 첫 걸음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