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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별의 용기, 포용의 지혜 — 조용한 다수가 이끄는 정의로운 미래

by postad.cloud 2025. 5. 11.

조용한 다수가 이끄는 정의로운 미래

소수의 목소리와 조용한 다수

세상은 언제나 목소리 큰 자들의 논리로 흘러가는 듯 보인다. 거리에서, 방송에서, 인터넷의 파도 위에서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은 대체로 거칠고 선명한 말이다. 그러나 그 격랑 아래, 조용한 다수는 말없이 공동체를 지탱하고 있다. 그들은 언제나 책임감으로 하루를 살아내며, 타인의 고통에 무감하지 않으려 애쓰고, 법과 질서를 존중하며 자신의 작은 자리에서 세상을 조금씩 나아지게 만든다. 이들의 침묵은 무관심이 아니라, 신중함이며, 분열보다 연대를 선택하려는 깊은 성찰이다.

소수의 책임

그러나 시대는 변했다. 이제 조용한 다수는 더 이상 침묵만으로 공동체를 지킬 수 없다. 특히 오늘날처럼 ‘소수’라는 말이 마치 도덕적 방패처럼 사용되고 있는 시대에는, 그 ‘소수’가 누구이며 무엇을 말하는지를 구분하지 않으면, 우리는 정의의 이름 아래 또 다른 불의를 허용하게 된다.

소수의 두 얼굴

우리는 이제 소수에도 두 얼굴이 있음을 알아야 한다. 하나는 시대의 벽에 맞서 양심과 용기로 외치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불편한 진실을 말하고, 주류의 무관심 속에서도 꺼지지 않는 불빛처럼 앞을 비춘다. 역사 속 수많은 사회운동, 인권 선언, 환경 보호의 외침은 바로 이런 소수의 손에서 시작되었다. 조용한 다수는 이들과 함께 걸을 수 있다. 아니, 함께 걸어야만 한다. 그들의 외침은 조용한 다수의 마음과 닿아 있을 때 비로소 물결이 되고, 구조를 바꾸며, 제도를 움직인다.

특권과 배제의 소수

그러나 또 다른 소수가 있다. 그들은 특권의 울타리 안에서 자신들의 기득권을 감추고, 때로는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며, 더 큰 혐오와 배제를 정당화하려 한다. 이들은 보편의 가치를 왜곡하고, 특정한 집단의 이익을 전체의 정의처럼 포장하며, 목소리를 키우는 데에만 몰두한다. 조용한 다수가 포용해야 할 이들이 아니다. 오히려 분명한 경계와 분별로써 이들의 거짓을 드러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 왜곡된 주장들이 사회의 방향을 뒤틀고, 약자를 보호해야 할 제도마저 특정 집단의 이익 도구로 전락하게 된다.

조용한 다수의 가치

이 두 소수를 어떻게 구별할 것인가. 그것은 조용한 다수가 무엇을 가치로 삼고 있는가에 달려 있다. 인권, 공존, 상호 존중, 책임, 투명성—이와 같은 기준에 충실한 목소리는 설령 거칠고 불편하게 들릴지라도 우리 곁에 둘 가치가 있다. 반면, 혐오와 차별, 배타와 조작으로 일관된 주장이라면, 설령 그것이 ‘억압받는 소수’라는 외피를 썼다 하더라도 단호하게 경계해야 한다. 그것이 품격 있는 공동체가 지켜야 할 윤리다.

분별하는 시민으로서의 역할

조용한 다수는 이제 단지 묵묵한 존재가 아니라, 분별하는 시민이 되어야 한다. 진정으로 보호해야 할 소수를 향해 손을 내밀고, 공동체를 교란하는 세력 앞에서는 조용하지만 분명한 거절의 뜻을 밝혀야 한다. 그것은 분열을 만들기 위한 행위가 아니라, 우리가 지키고자 하는 공동선이 무엇인지를 명확히 하기 위한 고요한 결단이다.

제도와 문화 속의 분별력

이런 분별력은 제도의 설계에서도, 문화의 실천에서도 길러질 수 있다. 우리가 토론하고 결정하는 모든 공공의 장에서, 단지 목소리의 크기가 아니라 말의 방향과 그 뿌리가 닿는 가치를 중심에 두어야 한다. 학교에서, 방송에서, 정치의 언어 속에서, 혐오와 조작이 발을 딛지 못하도록 조용한 다수의 지혜와 참여가 필요하다. 조롱이나 폭력 없이도 단호하고 품위 있게 공동체의 윤리를 지켜낼 수 있는 힘, 그것이 바로 조용한 다수가 가진 가장 강한 힘이다.

정의로운 사회의 조건

정의로운 사회는 다수의 숫자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정의로운 다수’가 ‘정의로운 소수’와 손잡고, 기생적 소수에겐 분명히 선을 그을 때 비로소 가능하다. 그때 우리 사회는 목소리의 크기가 아니라, 그 목소리가 향하는 방향으로 평가받게 된다.

선택의 기로에 서다

지금, 우리는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모든 소수를 포용하는 막연한 선의를 계속할 것인가, 아니면 분별력 있는 포용과 단호한 배제를 통해 공동체의 품격을 지켜낼 것인가. 조용한 다수는 그 누구보다 이 시대의 나침반이 되어야 한다. 격정 속에 흔들리지 않는 판단력, 유행 뒤에 숨지 않는 책임감, 그리고 무엇보다도 보편의 윤리를 향한 일관된 태도—그 모든 것이 조용한 다수의 침묵 속에 이미 깃들어 있다.

침묵을 넘어서는 목소리

그리고 지금은 그 침묵이, 말로 전환되어야 할 시간이다. 말 없는 실천이 정의로운 공동체의 기반이 되듯, 조용한 다수의 분별 있는 목소리가 이제는 이 시대의 정의를 새로 써내려가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