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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란을 겪은 우리를 위한 위로 – 지팡이를 짚은 김어준의 쾌유를 기원하며 ‘더파워풀’ 무대를 기억하다

by 생각에서 마음으로 2025. 6.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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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란을 겪은 우리를 위한 위로

2025년 6월 마지막 주말, 인천 영종도 인스파이어 아레나에서 열린 대형 공연 ‘더파워풀(The Powerful)’은 단순한 문화 행사를 넘어선 하나의 사회적 사건이었습니다. 이 무대는 고통과 분열을 지나 다시금 통합을 모색하는, 대한민국 공동체의 집단적 기억을 호명하는 장치였습니다. 그리고 그 기억의 중심에는 지팡이를 짚고 무대에 선 김어준이 있었습니다.

지팡이를 짚은 김어준의 쾌유를 기원하며 ‘더파워풀’ 무대를 기억하다(일러스트)

지팡이를 짚은 김어준의 등장

지팡이를 짚은 그의 등장은 단숨에 공연장의 분위기를 바꾸었습니다. 평소 강단 있고 유려한 언변으로 무대를 장악하던 김어준이었기에, 그의 변한 모습은 관객에게 낯설고도 뭉클한 충격으로 다가왔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관객은 깨달았습니다. 그가 지팡이에 의지하면서도 무대에 오른 이유는, 단순히 무언가를 말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반드시 전해야 할 진실을 몸으로 증언하기 위해서였다는 것을.

지팡이를 짚은 김어준과 그 옆의 탁현민(일러스트)

이석증, 그리고 멈추지 않는 걸음

공연 직후 알려진 바에 따르면, 김어준은 심한 이석증을 앓고 있었습니다. 내이의 평형기관에서 발생하는 이 질환은 극심한 어지럼증과 방향 감각의 상실을 유발합니다. 특히 스트레스와 과로가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는 만큼, 지난 몇 년간 그가 감당해온 정신적 압박과 육체적 소진은 쉽게 짐작할 수 있습니다. 공연을 지켜본 관객들은 증언합니다. 그는 중심을 잃지 않기 위해 한 손에 지팡이를 들었고, 말의 흐름이 흔들리지 않도록 의지를 굳게 다잡았습니다. 그것은 직업인의 책임감이라기보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한 사람으로서의 약속이었습니다.

진실을 무대에 올리다 – 고통의 기억과 정의의 회복

‘더파워풀’은 단지 화려한 무대를 넘어, 현대사의 분기점들을 다시 호출하는 연대의 공간이었습니다. 공연은 세월호 참사, 5.18 민주화운동,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검찰개혁과 언론개혁 등 지난 수 십년간 우리 사회가 겪어온 진통을 무대 위에 재현했습니다. 그 안에서 김어준은 단지 해설자가 아닌, 증인의 목소리로 서 있었습니다. 이 무대는 단절이 아닌 계승을 말했습니다. 지난 고통을 망각하거나 미화하지 않고, 그 위에 새로운 시작을 세우려는 의지였습니다.

함께한 인물들, 증인의 자격으로

이 공연의 무게는 무대 위 인물뿐 아니라, 관객석의 존재로도 확장되었습니다. 문재인 전 대통령과 김경수 전 지사, 정청래 전 의원,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우원식 국회의장 등이 자리를 함께했습니다. 그들은 연설하지 않았고, 무대에 오르지도 않았습니다. 그러나 무대를 바라보는 그들의 존재 자체가, 공연의 메시지를 사회적 공감대 위에 올려놓는 증거가 되었습니다. 정치와 예술, 과거와 미래가 교차한 그 자리에서, 관객은 그들과 함께 동일한 감정과 기억을 나누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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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시간의 서사, 하나의 목소리

공연은 약 3시간 동안 회전형 무대를 중심으로 역동적으로 펼쳐졌습니다. EDM과 국악, 오케스트라와 사물놀이, AI 합성 영상까지 다양한 매체가 융합되어 관객의 몰입을 이끌었습니다. 특히 세월호 추모 장면과 5.18 민주화운동을 다룬 장면에서는 객석 전체가 고요한 슬픔 속에 잠겼고, 이는 공연이 감상의 대상에서 공감의 장으로 전환되는 결정적 순간이었습니다. “그냥 공연이 아니라 선언이었다.” 한 관객의 말처럼, ‘더파워풀’은 하나의 목소리로 모여든 진실의 외침이었습니다.

내란 종식이 하루빨리 이루어지길 기원하며

김어준은 아직 완쾌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무대 위 그의 모습은 육체의 완전함보다 더 깊은 것을 전했습니다. 지팡이는 흔들리는 몸을 위한 도구였지만, 동시에 흔들리지 않는 정신의 증표였습니다. 그는 넘어지지 않았고, 무엇보다 ‘진실을 향한 걸음’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더파워풀’은 대한민국 사회가 기억해야 할 고통을 껴안고, 다시 걷기 위한 의지를 함께 모은 자리였습니다.

내란이 하루빨리 종식되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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