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 그림자 아래의 국경: 인도와 파키스탄, 끝나지 않은 대치

분단의 역사 위에 드리운 핵의 그림자

인도와 파키스탄은 1947년 영국의 식민지 지배로부터 각각 분리 독립한 이래 세 차례 전면전을 포함한 수많은 무력 충돌을 겪었습니다. 이들 두 국가는 모두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으며, 지정학적으로 접경하고 있는 카슈미르 지역을 두고 깊은 역사적·종교적 갈등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특히, 카슈미르 지역은 힌두교 다수의 인도와 이슬람교 중심의 파키스탄 간 충돌의 상징적인 장소로, 양국 관계가 악화될 때마다 가장 먼저 긴장이 고조되는 지역입니다. 2025년 4월, 인도령 카슈미르 파할감에서 발생한 대규모 테러는 이러한 분쟁의 불씨를 다시 점화시킨 사건이었습니다. 테러 이후 인도와 파키스탄은 상호 군사적 대응을 넘어서 외교적 단절, 경제적 제재, 수자원 통제와 같은 비전통적 갈등까지 확산되는 복합적 위기 상황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이 글에서는 해당 사태를 시간순으로 정리하고, 핵심 쟁점들을 분석함으로써 현재 인도-파키스탄 관계의 본질과 그 의미를 조망하고자 합니다.

인도와 파키스탄은 1947년 분할 독립 이후 카슈미르 지역의 영유권을 둘러싸고 지속적으로 충돌하고 있습니다. 종교적 갈등과 역사적 불신, 그리고 핵 보유국 간의 군사·외교적 경쟁이 갈등을 심화시키고 있습니다.(일러스트)

파할감 테러와 군사 대응

2025년 4월 22일, 인도령 카슈미르 남부의 파할감에서 힌두교 순례자들과 현지 주민들이 테러의 표적이 되어 27명이 목숨을 잃는 사건이 발생하였습니다. 이 중 25명이 힌두교 순례자였고, 1명은 기독교인, 나머지 1명은 무슬림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이 사건은 인도 내 종교적 갈등을 넘어 국제 사회의 이목을 끌었으며, 인도 정부는 즉각 파키스탄 기반 무장단체와 ISI(Inter-Services Intelligence)를 배후로 지목하였습니다. 인도는 이에 대한 보복으로 국경 지대에서의 포격을 시작하였고, 5월 7일에는 ‘신두르 작전(Operation Sindoor)’이라 명명된 대규모 공습을 단행하였습니다. 이 작전은 파키스탄령 카슈미르와 국경 인접 지역의 테러리스트 기지 9곳을 정밀 타격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으며, 인도군은 자국의 주권과 국민 보호를 위한 자위적 조치임을 강조하였습니다. 파키스탄은 이에 맞서 드론을 이용한 공격과 포병 사격으로 반격을 시도하였으며, 양국 간의 일촉즉발 상황은 공중전과 지상 교전으로 이어졌습니다. 특히 5월 9일과 10일 양일간은 양국의 공군력이 실제적으로 충돌하며, 세계는 또다시 핵전쟁의 가능성을 우려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였습니다. 다행히 미국의 외교적 개입으로 5월 10일 양국은 공식적인 휴전에 합의하였고, 이후 직접적인 군사 충돌은 중단되었지만 긴장은 전혀 해소되지 않았습니다.

정치·외교적 단절과 공역 봉쇄

군사 충돌 이후 양국 간 외교 채널은 사실상 폐쇄 상태로 접어들었습니다. 파키스탄은 4월 24일부로 인도 항공기의 자국 영공 통과를 전면 금지하였고, 이 조치는 이후 7월 23일까지 연장되었습니다. 이는 상업 항공뿐만 아니라 인도와 제3국 간의 물류와 관광에도 큰 타격을 주는 결정으로, 외교적 단절의 상징적인 조치로 간주됩니다. 뿐만 아니라, 양국이 1972년 체결한 Simla 협정 역시 효력을 상실하였다고 파키스탄이 일방적으로 선언하였습니다. 이 협정은 양국이 분쟁을 평화적으로 해결하기로 약속한 유일한 정치적 장치 중 하나였으며, 해당 조약의 무력화는 사실상 외교적 해결의 통로를 차단한 결과로 이어졌습니다. 이에 인도는 자국 내 민방위 태세를 강화하는 조치로 대응하였습니다. 5월 초, 전국 244개 지역에서 동시에 민방위 모의훈련(Operation Abhyaas)이 실시되었으며, 이는 정부 차원의 조직적 대비 태세 강화를 상징하는 조치였습니다. 이러한 조치는 단순히 군사적 대응을 넘어서 국가 전체의 위기관리 역량 강화를 꾀하는 전략으로 해석되었습니다.

수자원 통제와 비군사적 갈등의 격화

인도는 무력 대응 외에도 비군사적 수단을 통해 파키스탄에 압박을 가하기 시작하였습니다. 핵심 조치는 인더스강 유역을 공유하는 수자원 통제였습니다. 인도는 1960년 체결된 ‘인더스 물 조약(Indus Waters Treaty)’을 근거로, 자국 내 진출서쪽강(Chenab, Jhelum)의 수자원을 자국 용도로 전환하는 작업을 개시하였습니다. 이 조치는 파키스탄에게는 생명선에 해당하는 조치로 받아들여졌습니다. 인더스강 유역은 파키스탄 농업 생산의 중심이며, 주요 음용수 공급원으로 기능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파키스탄 정부는 인도의 수자원 차단을 ‘전쟁 행위’로 규정하고, 필요시 핵무기 사용 가능성도 언급하였습니다. 이처럼 수자원 문제는 기존 군사적 긴장과 별개로 에너지와 식량 안보, 환경 문제까지 얽힌 다층적 갈등 요인으로 부상하였습니다. 수자원 전쟁의 가능성은 남아시아 지역 안보 환경의 또 다른 불확실성을 가중시키는 결과를 낳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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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반응과 심리전의 전개

양국 간 긴장이 고조되면서 정보전과 여론전도 동시에 진행되었습니다. 파키스탄은 자국 내 SNS와 언론 매체를 통해 인도 정부를 비난하는 허위 정보와 선동 콘텐츠를 유포하였으며, 이에 인도는 사이버보안 대응과 여론 통제를 병행하여 강화하였습니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카슈미르 현지 주민들의 반응입니다. 파할감 테러 이후, 현지에서 파키스탄의 무장단체 지원에 반대하는 시위가 자발적으로 발생하였습니다. 이는 오랜 분쟁으로 인한 지역 피로감과 함께, 주민들의 평화와 경제 발전에 대한 열망이 표출된 결과로 해석되고 있습니다. 인도 정부는 이러한 움직임을 지지하며, 향후 현지 자치 확대나 경제 개발 정책과 연계할 가능성을 시사하였습니다. 한편, 순례 행사는 파할감 테러 이후에도 중단되지 않았습니다. 힌두교 최대 순례 행사인 아마르나트 야트라는 4만 2천여 명의 보안 인력이 투입된 철통 경호 속에서 재개되었으며, 이는 정부가 자국 국민의 종교 자유와 치안 유지 의지를 과시한 상징적인 조치로 간주됩니다.

경제적 이중성: 갈등 속 무역 유지

정치·군사적으로는 강력한 대립을 이어가는 가운데, 양국의 무역 관계는 의외로 일정 수준 유지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파키스탄은 자국 내 식량·의약품 부족 문제로 인해 인도로부터의 수입을 완전히 중단하지 못하고 있으며, 실질적으로는 2024년 대비 무역량이 소폭 증가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습니다. 이는 전면전으로 비화될 경우 경제적 붕괴에 가까운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양국 공통의 인식 때문입니다. 특히 파키스탄은 외환보유액 감소, IMF 차관 조건 강화 등 경제적 취약성이 심화되는 시점에서 인도와의 무역을 전략적으로 유지하려는 선택을 하고 있습니다. 반면, 인도는 이번 군사 갈등 이후 자국의 드론 산업을 전략산업으로 육성하는 방안을 발표하였습니다. 7월 초, 정부는 향후 3년간 2억 3천만 달러의 산업 인센티브를 제공하여 국방 및 감시용 드론 개발에 집중할 계획임을 밝혔습니다. 이는 단기적 충돌 대응을 넘어서 중장기적인 국방기술 자립과 수출산업화 전략의 일환입니다.

구조적 불신 속의 휴전, 그리고 불안한 미래

2025년 인도와 파키스탄 사이의 긴장은 단순한 군사 충돌을 넘어서 외교적 단절, 자원 통제, 사이버 심리전, 경제 전략의 복합적 양상으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파할감 테러에서 시작된 분쟁은 전통적인 전쟁 양식과는 다른, 비대칭·비정규전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으며, 이는 양국 모두에게 외교적 유연성보다는 체계적 전면 대비 태세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현 시점에서 전면전으로의 확전은 일단 유보되었지만, 휴전 상태는 매우 불안정하며 언제든지 무력 충돌로 재개될 수 있는 구조적 취약성을 안고 있습니다. 카슈미르 현지의 민심 변화, 국제사회의 지속적인 중재, 그리고 양국 내부의 정치적 판단이 향후 국면을 좌우할 핵심 요소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결국, 인도와 파키스탄 사이의 ‘끝나지 않은 전쟁’은 군사적 대립뿐만 아니라 자원, 기술, 여론, 외교가 복합적으로 얽힌 전략적 경쟁 구도 속에서 계속될 것입니다. 핵무기를 보유한 이 두 나라가 긴장 완화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일시적 타협이 아닌 구조적 신뢰 회복 메커니즘이 필요합니다. 그러한 시스템이 마련되지 않는 한, 이 지역은 계속해서 세계 안보의 뇌관으로 남게 될 것입니다.